본문 바로가기

업무일기

Day-2 : 업무를 나누다. 타산지석 되지 않기.

갑작스런 인사이동을 결정(통보받은?!)한 나는 
지난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의 회사 생활 동안의 경험이 
독이 되었던지 머리 속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고,
또 몇 개월간의 고생이 내게 다가 오겠구나...하는
쓸데 없는 예상 때문에
나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잘 떨쳐내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침에 출근하니 후배인 팀장이 왠일로 안경을 끼고 출근했다.
미팅을 30분 앞둔 시간...
"커피나 한잔 하시죠."

그렇게 1층 카페로 내려간 우리는 
간밤에 잠 못이룬 동병상련을 느끼며 잠시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이고 다시 엘레베이터 올랐다.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그렇게까지는 안할거지만
진짜 안되겠다 싶으면 판을 깰 방안도 몇 개 있는 것 같아요.."
내 말에 간밤에 그런 게 떠올렸냐며 신기해하다가
곧 미팅룸에 도착했다. 

나름 웃으면서 시작한 미팅이었지만,
인력이 연계되고, R&R이 이야기되니 삽시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서로 입장을 이야기해보니, 그간 침전물처럼 쌓여있던
불만이 스물스물 올라왔고 이내 우리의 시야는 흐려졌다.

이야기의 서두에 이야기 되었던 상호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보다는
서로 쓸 수 있는 자원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그 종착지는 결국은 치열한 대립...

잠시 정적이 흐른 후 한 부서장님이 다른 주제의 마케팅 내용 공유로
분위기를 녹여보려했지만... 서로 이미 머쓱해져버린 상황은 좀처럼 바뀌자 않는다.

'하...' 여기저기서 한숨이 나오고
우리가 이러려고 모인 건 아니지 않나 싶어서
'저.. 저 앱간 시너지 저 부분 좀 더 구체화해서 이야기 해보시죠.
사실 저는 어제 00님께 들었던바가 어떤 의미인지 같이 이야기를 해야 정리가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내 생각은 이러저러한데 맞나요 질문을 던졌고,
서로가 생각하는 의미가 뭔지 알게 되었다. 

'부족한 부분 바꾸기로 하고
일단 한번 기존대로 해보고, 좀 더 조정해보죠'
한 부서장이 임시방편이라도 벌어진 관계를 봉합하며 마무리 하는 듯 했으나,
과거에도 잘 안되었던 레퍼런스가 양팀에 있었기에
아무말 없지만 얼굴에 진 전팀장과 셀장의 얼굴....

일단락 된 미팅에 내가 가게될 새조직의 관련자들은 자리로 돌아갔다.

현 조직의 세사람...
셀장, 팀장, 나 
셀장은 답답함을 좀 더 세련되게 갈무리했지만, 역시나 기분이 찜찜한..
팀장은 아직도 기분이 나쁘다. 내가 했던 말 중에 '같은 편이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지?'
그런 느낌의 말이 있었던 것 같다.
아주 다크한 오오라를 풍기며, 다시 한번 분노를 감추며 이야기한다.

'결국 권한을 넘겨주신다고 했지만, 데이터 분석해서 피드백 하다보면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될거에요.. 아시겠지만 저희 대행사는 아니잖아요'
맞는말, 너무 맞는말이다.

나도 같은 감정을 느꼈 던터라...아 이건 내가 안고 가야겠다.
'알겠어요. 앱 운영 가져갈게요 - 1월 정도까지만 유지해주면, 해당 운영인원 투입될 때까지 직접 할게요'

회사 다니면서 다짐했던 게 있다. 
타산지석.. 내가 싫었 던 상사의 모습만은 정말 따라하지말자!
그래서 용기를 내어 내 몸이 좀 힘들어지더라도 방법을 찾자라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던진다.

그러니 조금 팀장의 표정이 누그러드는게 느껴진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사실 그렇지. 섭섭한게 남아 있어도 핵심 원인 지워져서 그런지 
어느정도 밸런스를 잡으면서 돌아왔다. 
그러고는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해서 메운 것 좀 먹으면서 훌훌 날려버리고
차 한잔 호로록 먹고, 언제그랬냐는 듯이 조직 바꾸기 전까지 자기 일이나 하자며 
자리로 이내 돌아온다.

이제 진짜 새부서에 가서 할 일을 하나둘 전해듣는다.
'어?' 생각보다 최악은 아닌데? 
그러면서 하나, 둘 훑어보니 안좋은 상황들의 다른 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데이터 관점에서는 아직 순도 높은 고객이 있고, 앱의 역사가 길지 않아서
쓸데 없이 복잡해진 내용이 없다는 것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한번 해볼만은 하겠다는 판단이 내려진 나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설명을 들으며, 전임자의 진정성과 애정이 느껴졌다.

동시에 드는 2가지 마음. 아깝다. 이 친구 아깝네.
그리고 소통만 조금만 다르게 했어도 다른 형태로 만났을 수도 있었겠는데... 하는 
그렇게 현재 관점의 일을 대략 설명을 받았고,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오늘의 결론 : 예상은 자주 빗나가기 마련이고, 사람은 역시 만나봐야 안다.